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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서울 라피신 6기 1차 우탕당당 후기

gggs 2022. 1. 29. 11:29

왜 등록된건지 아직도 모르겠음

웹 프론트 취준을 하고있을 때였다. 혼자서 취업을 준비하기 힘들어서 어디든 단체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른 곳들은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하는데 여긴 월 90씩 줘서 별 생각 없이 신청했다.

처음 신청했을 때가 작년 여름쯤이었다. 5기를 신청할 때 피시방에서 창을 4개 띄워두고 수강신청 하듯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도 대기 번호가 몇백 번이길래 단념하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겨울에 6기 1차 신청이 시작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메일이 온 시점이 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하루가 지난 날이라서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등록 버튼을 눌렀는데 등록이 됐다. 각 잡고 신청했을 땐 안 되더니,, 어리둥절한 상태로 라피신을 시작했다.

라피신에서 하는 일 : 쉘스크립트, C, 동료평가, 맛집 탐방

쉘 스크립트와 c언어를 사용하는 과제를 풀었다. 나는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졸업해서 언어는 익숙했지만 과제에 제약 사항도 많고 주제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쉘스크립트와 C를 전혀 모르는 비전공자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 많이많이.

과제의 채점은 동료 평가와 기계 평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기계 평가는 말 그대로 기계의 자동 채점이다. 동료 평가는 내가 푼 과제를 동료에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동료 평가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실력이 제각각이라서 설명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인터에 대한 과제를 풀고 평가를 받을 때 평가자가 포인터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과제 풀이 이전에 포인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반대로 평가자가 이미 풀어본 문제라면 코드의 핵심만 설명하고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내가 받았던 평가 시간의 최단과 최장은 10분과 1시간 20분이었다. 평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평가자나 피평가자 모두 모르는 부분을 편하게 묻고 답할 수 있었다.

과제들은 동료와의 토론과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과제다. 팀 과제는 매주 한 번씩 나오는데 평일에 신청해서 주말동안 하는 형식이다. 첫 주차 과제는 생각보다 쉬웠고 2주차부터는 듣던대로 어려웠다. 그런데 팀 과제의 재미는 2주차부터가 진짜였다. 내가 만난 팀원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었고 나와 비슷한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라 정말 재밌게 팀과제를 했다.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고 난 후 부터는 점심 저녁 시간 때 근처 맛집을 찾아 다녔다. 한 달 식비가 두 배 이상 나와서 방값을 빼면 지원금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하지만 뭐가 중요한가,, 즐거웠음 된거지,,

창가 자리. 여기 주로 앉으시던 분이 가끔 구성진 트로트를 틀어주시곤 했따.

느낀 것과 배운 것 : 동료란 몰까,,?

무엇을 하느냐보다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 근처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었다. 함께 있으면 너무 즐거워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혼자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우울함 때문에 힘들 정도였다. 나 빼고 다 애인이 있어서 더 힘들기도 했다. 내 봄은 언제 올까,,

코딩 할 때는 막막했다. 내가 생각하는 코딩, 개발의 시작은 요구사항 숙지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을 넘어 그들 자신도 모르는 요구사항을 찾아내는 것이 코딩 이전에 생각해야 할 점인 것 같다. 여기는 요구사항이 굉장히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요구사항까지 있었다. 그러나 소통 창구는 출제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들에게만 열려있었다. 요구사항을 분석(보다는 해석)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유대감이 쌓이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왜 만드는지도 모르고 코딩하는 경험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개발하는 게 생각보다 즐거웠다. 과정 초반부에는 혼자서 머리 싸매가며 진행했더라면, 함께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고 난 후엔 동료들과 많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나아갔다. 

(무슨 의미?)

좋은 경험이었다

충분히 추천할만한 과정인거같다. 커리큘럼이나 개발자로서의 성장 때문에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적인 문제도 있었고 마냥 즐겁고 알찬 과정은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추천하는 부분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환경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면서 함께 협력해야 하는 환경은 흔치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 과정까지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무료 과정이지만 열의도 충분하다. 그런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이게 되면 본인도 휩쓸려서 열심히 하게 된다. 나처럼 낯을 많이 가리지만 관종인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여기서는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뭔가를 열심히 치고 있으면 남이 말을 걸어온다.

스티커 선물 무슨 의미?

라피신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맥 환경에서 c디버깅 하는 방법을 알아두자. lldb를 이용한 디버깅 방법은 매우 유용하다. printf를 이용해 하나하나 찍어보면서 디버깅을 하면 이후에 해더파일을 지우는 걸 깜빡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lldb보다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시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인트라넷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lldb실행이 가능하니 꼭 쓰자.

항상 개인 깃허브 저장소에 코드를 백업을 해두자. 물론 private으로 만들어야한다. 간혹 집에서 해야 할 때나 클러스터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할 때, 팀 과제 기한이 촉박해서 퇴근 후에 코드를 만져야 할 때가 생긴다. 그러나 42서울 서버에 올라간 깃허브 저장소의 코드는 집에서 클론할 수 없도록 막아놓는다. 나는 마지막 팀 과제인 BSQ를 밤새서 완성할 각오로 팀원들과 24시간 스터디카페에 자리 잡았다. 앉자마자 아무도 개인 저장소에 백업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대로 각자 집으로 갔다. 결국 다음 날 아침 클러스터 문을 열자마자 갔지만 하필이면 그날 서버가 마비된 건지 컴퓨터들이 고장 난 건지 클러스터 전체 컴퓨터가 1시간이 넘도록 먹통이 돼 BSQ과제를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0점으로 마무리했다.

끝으로 서초클러스터 근처 식당 중 기억에 남는 곳들을 정리해봤다.

더보기

~서초 맛집 빵빵~

대낚식당 : 웨이팅 있음. 근데 개맛도리. 집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더 갔는데 여전히 쳐맛도리
문래돼지불백 : 멜팅피자 갈라다 문닫아서 갔는데 의외의 맛집
담소 : 농민백암순대집?? 인가 거기를 추천받아서 갈라다 문닫아서 간 곳. 근데 또 의외의 맛집. 체인이 엄청 많은 거 같았음. 여기서 순대국 한 그릇 뚞딲하고 노래야노래야 동노로 간다? 그 날이 바로 생일인것임
서브웨이 : 왜 우리집 근처엔 서브웨이가 없을까. 취업하면 집근처에 서브웨이가 있는 근사한 곳으로 이사해야겠따
정원식당 : 가성비 미침. 이모님도 친절하심. 마감시간 모르고 찾아갔는데 따숩게 반겨주셨음.
느린마을 양조장?? : 본인은 술을 전혀 못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여기 막걸리는 참 맛있었음.

수많은 의미 부여의 흔적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운이 좋다면 본 과정도 경험해 볼 수 있겠다. 합격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 달 동안의 여정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42서울 본 과정이 아니더라도 이 분야에서 그들을 동료로 만나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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